판례 > 대법원 2024도15728 | 사법정보공개포털
1. 사건의 큰 줄기
A대기업(공소외 1 회사)이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을 상황이었습니다.
회사 내 협력사지원 관련 임원(피고인 1)과 팀장(피고인 3), 그리고 다른 팀장(피고인 2) 등이 공정위 조사에 대비해 협력사 관련 자료를 삭제·정리한 것이 문제 되었습니다.
검사는 “이 자료 삭제는 ‘회사(타인)의 하도급법 위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앤 것”이라며, 피고인 3에게는 증거인멸죄, 피고인 1에게는 증거인멸교사죄를 적용했고, 1·2심은 피고인 1·3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 1·3도 양벌규정상 자신이 직접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위치였을 수 있으므로, 자기 방어를 위한 자료 삭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원심의 유죄 판단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핵심은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인멸”과 “자기 사건 방어를 위한 증거인멸(불처벌)”의 구별입니다.
2. 법리가 의미하는 것(일반인 기준)
1) 증거인멸죄의 기본 구조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앨 때 성립합니다.
반대로 “자기 사건”에 관한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행위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취지에서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내 사건 증거를 내가 없앰 → 원칙적으로 처벌 X
남의 사건 증거를 내가 없앰 → 증거인멸죄 가능
내 사건 증거를 없애달라고 남에게 부탁 → 원칙적으로 처벌 X, 다만 “방어권 남용” 수준일 때만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 가능
2) 회사 사건 vs 개인(임직원) 사건
이 사건에서 중요한 점은 “회사 사건이냐, 임직원 개인 사건이냐”가 아니라, 양벌규정 때문에 둘이 사실상 한 몸처럼 엮여 있다는 점입니다.
하도급법 제30조: 하도급법 위반 시 원사업자(회사)에 벌금.
하도급법 제31조(양벌규정): 회사를 대신해 위반행위를 한 대표자·직원 등 행위자도 같이 처벌.
즉, 하도급법 위반이 문제되면
회사(법인)도 처벌 대상이고,
실제 그 일을 처리한 임원·직원도 행위자로서 처벌 대상이 됩니다.
대법원은 그래서 이렇게 봅니다.
피고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자”라면, 회사 사건은 곧 그 사람 자기 형사사건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이 자신과 회사의 위반행위와 관련된 자료를 없애면, 그건 자기 방어를 위한 증거인멸에 해당할 수 있고, 이때는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인멸”로 처벌할 수 없다.
3. 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다툰 쟁점
1) 검찰·원심의 시각
검찰과 원심은 대략 이렇게 보았습니다.
공정위는 A사에 대해 서면발급의무 위반(제3조 제1항),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제4조) 등 일부 위반에 대해 고발했고, 그 부분이 형사사건이 됨.
피고인 3은 주로 기본계약 체결, 협력사 관리 업무를 했고, 실제 위반으로 기소된 서면발급의무·대금결정 업무는 피고인 2 쪽이 했다.
따라서 피고인 3은 “본인 사건의 피고인”이 아니라, 회사(타인) 사건과 관련해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봐야 한다. →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인멸.
피고인 1은 임원으로서 이를 지시한 사람이므로 증거인멸교사.
즉, “실제 기소된 범위에서 피고인 3의 업무 연관성은 적으니, 타인 사건 증거인멸”이라는 구조입니다.
2) 대법원의 시각
대법원은 보다 넓게 보았습니다.
[형사사건의 범위]
“타인의 형사사건”에는, 아직 수사 시작 전이라도 장차 형사사건이 될 수 있는 것까지 포함됩니다.
나중에 실제 기소가 되었는지,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증거인멸죄 성립에 영향이 없습니다.
[공정위 조사 범위]
공정위는 A사에 대해 단지 3조·4조 위반만이 아니라, 3조의4, 8조, 10조, 11조, 12조의2, 12조의3, 13조, 14조, 18조 등 하도급법 위반 전반에 대한 포괄적 직권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양벌규정(제31조)이 적용되는 조항이어서, 실무를 담당한 팀장·임원도 행위자로 처벌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피고인 1·3의 업무와 지위]
피고인 3: 협력사지원팀장으로서 협력사 운영·계약 관리 등 업무를 총괄, 하도급법 위반 전반과 관련될 여지가 큽니다.
피고인 1: 그 팀을 포함해 여러 협력사지원팀을 관할하는 담당 임원으로, 하도급법 관련 업무 전반을 지휘하는 위치입니다.
회사 내 업무는 부서 간 상호 연계되어 있고, 개별 계약 실무에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반행위와 “전혀 무관”하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피고인 1·3도 하도급법 제31조 양벌규정에 따라, 회사와 함께 직접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행위자”였을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그런 지위에서 자료를 삭제했다면, 그 자료는 회사의 사건이자 동시에 피고인 1·3 자신의 형사사건과 관계되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행위는 “자신도 피고인이 될 수 있는 자기 사건”의 증거를 없앤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어, 곧바로 “타인 사건 증거인멸”로 볼 수 없습니다.
[피고인들의 진술 평가]
피고인들이 수사에서 “난 하도급법 위반과 무관하다”, “회사 업무 차원에서 했을 뿐이다”라고 진술한 부분은, 자기방어 또는 회사 차원 표현으로도 볼 수 있어,
이를 곧 “나는 양벌규정상 피고인이 될 수 있는 지위가 아니었다”고 인정한 것처럼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4. 결론: 왜 파기·환송했는지
1) 대법원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 인멸일 때만 성립합니다.
피고인 1·3은 회사의 하도급법 위반과 관련된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거나 관여한 사람으로서, 양벌규정에 따라 자신도 행위자로 처벌될 수 있는 위치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료를 삭제한 행위는, 회사 사건뿐 아니라 자기 형사사건에도 관련되는 증거를 없앤 것일 수 있고, 이는 원칙적으로 자기방어 영역에 속해 증거인멸죄의 “타인 사건”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심은
“실제 기소된 조항과의 직접 연관성”에만 주목해 피고인 1·3을 타인 사건 증거인멸로 보았고,
이들이 실제로 어떤 하도급법 관련 업무를 집행했는지,
양벌규정상 피고인이 될 수 있는지,
그 인식 하에 자기 사건 방어를 위해 자료를 없앴는지 등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피고인 1·3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다시 “자기 사건 vs 타인 사건” 여부를 제대로 심리하라고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했습니다.
2) 실무적 시사점
☞ 양벌규정이 있는 경제범죄(하도급, 공정거래 등)에서, 회사 임직원의 자료 삭제 행위를 곧바로 “회사(타인) 사건 증거인멸”로 보기는 어렵고,
☞ 그 임직원이 실제 어떤 업무를 했는지, 양벌규정상 피고인이 될 가능성이 있었는지, 자기 방어를 위한 행위로 볼 여지가 있는지를 세밀하게 따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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