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결은 ‘허위 투자 사이트’라도 평균적 투자자가 실제 주식·파생상품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믿을 만한 외관을 갖추었다면, 자본시장법상 무허가 금융투자상품시장 개설·운영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법리를 명확히 한 사건입니다.
사건 개요와 쟁점
- 사건 유형: 범죄단체가입·범죄단체활동·사기·자본시장법 위반. 피고인은 이른바 ‘리딩방 투자사기’ 조직원들과 함께 텔레그램 리딩방 및 허위 투자 사이트를 운영했습니다.
- 허위 투자 사이트: www.○○○.com, www.△△△.com을 개설하여 나스닥·코스닥 등 지수 데이터를 실시간 연동하고 HTS와 유사한 화면·기능을 구현해 피해자들이 ‘가상의 주식투자’를 하도록 했습니다.
- 공소사실 핵심: 거래소허가 없이 이러한 사이트를 개설·운영함으로써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시장’ 개설·운영 금지를 위반했다는 점이 쟁점입니다.
원심은 “실제 증권·파생상품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금융투자상품시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법리오해로 보고 파기·환송했습니다.
관련 법조와 입법취지
- 자본시장법 제8조의2 제1항: “금융투자상품시장”을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하는 시장”으로 정의.
- 자본시장법 제373조: 거래소허가 없이 금융투자상품시장을 개설·운영하는 행위를 금지.
- 자본시장법 제444조 제27호: 위 금지 규정을 위반한 자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
대법원은 이 규정들의 목적을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의 신뢰성 제고”로 보고, 허가제·형사처벌은 투자자가 ‘규제가 작동한다’는 신뢰를 전제로 시장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핵심 법리: ‘금융투자상품시장’ 개념 확대
1. 실제 매매만이 아니라 ‘외관을 갖춘 시장’ 포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 자본시장법 제8조의2 제1항의 “증권 등의 매매를 하는 시장”에는
- 실제로 증권·장내파생상품 매매가 이루어지는 시장뿐 아니라,
-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평균적인 시장 참여자들이 증권 등의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진다고 인식할 만한 외관을 갖춘 시장”도 포함된다고 봄.
- 이유:
- 처벌의 본질적 이유는 “허가 없이 시장을 개설·운영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하고 입법 목적(투자자 보호, 시장 신뢰성)에 위험을 초래한 점”이지, 실제 매매가 있었는지 여부가 아니라고 봅니다.
- 오히려 실제 매매 없이 허위 외관만으로 투자자를 기망하는 경우는 형사 제재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합니다.
- 문언해석:
- 조문은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요건을 명시하지 않으므로, 평균적 시장 참가자가 실제 매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외관을 갖춘 경우까지 포함시키는 것이 문언을 벗어난 해석은 아니라고 봅니다.
- 허가 없이 시장을 ‘개설’만 해도,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운영 단계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처벌되므로, ‘실제 매매’를 필수요건으로 볼 수 없다고 합니다.
2. 구 자본시장법과의 연속성
대법원은 구 자본시장법과 개정 후 자본시장법의 구조를 연결해 해석합니다.
- 구 자본시장법(개정 전):
- 한국거래소를 유일 거래소로 두고, 한국거래소 이외 자의 “금융투자상품 거래시장 또는 이와 유사한 시설” 개설·이용을 금지·처벌.
- 대법원 2013도10467 판결에서, 한국거래소의 실제 선물거래가 없는 사설 선물거래 사이트도 “거래소 유사시설”에 해당한다고 봄.
- 현행 자본시장법(개정 후):
- 거래소 허가주의(복수 거래소 허용)로 전환하면서, “한국거래소 아닌 자에 의한 거래소 유사시설 개설 금지·처벌” 규정을 “무허가 금융투자상품시장 개설·운영 금지·처벌” 규정으로 대체.
- 입법자료상, 처벌 대상을 “실제 매매가 있는 시장”으로만 축소하려는 의도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구 법에서 ‘유사시설’까지 포함해 넓게 보았다는 점을 근거로, 현행 법에서도 ‘외관을 갖춘 시장’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연속적·목적론적 해석을 한 것입니다.
3. ‘외관을 갖춘 시장’ 판단 기준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은 실무상 중요한 체크포인트가 됩니다.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평균적 시장 참여자가 “실제 매매가 이루어지는 시장”이라고 인식할 만한지 여부는 다음 사항을 종합 고려합니다.
- 기능 측면:
- 시장 참여자가 증권 등을 매도·매수하고, 그 대금을 입금·출금하는 기능 등 실제 시장과 같은 기능이 구비되어 있는지.
- 정보·거래 외관:
- 실제 시세가 제공되는지.
- 그 시세에 기반하여 거래가 ‘명목상’ 이루어지는지.
- 거래 결과에 따른 증권 등의 수량 및 가액 등이 제공되는지.
- 외관의 구체성:
- 위와 같은 기능·정보가 충분히 구체적으로 구현되어 있는지.
- 투자자 인식:
- 실제로 시장에 참여한 자들이 해당 사이트를 “실제 증권·파생상품 매매를 위한 시장”으로 인식했는지.
이 기준은, 단순한 ‘시세 조회 사이트’나 ‘모의투자 게임’과,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시장에 해당할 수 있는 허위·사설 거래 시스템을 구별하는 실질적 잣대로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적용
대법원은 사건의 구체적 사실을 위 기준에 맞추어 평가합니다.
1. 투자 사이트의 구조·기능
- 피고인 등은 국내 증권사 HTS를 모방해
- 매도·매수, 등락 그래프, 총자산, 거래 내역, 입금·출금 기능 등을 구현.
- 국내외 주가지수와 데이터를 실시간 연동.
이로써 정상 HTS와 동일·유사한 기능과 시세·계좌 외관을 갖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2. 피해자 모집과 인식
- 피고인 등은 SNS를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해 ‘투자 전문가’로 가장, 종목 추천 등으로 신뢰를 형성.
- “호재가 있는 주식을 매수할 기회”, “프로그램 참여 시 매수 기회를 제공하고 고수익 보장”을 강조하며,
- 사이트 설치·가입과 투자금 입금을 유도.
- 피해자들은 이 사이트에서 증권·파생상품 매매를 위해 피고인에게 투자금을 송금하며,
- “자신의 계산으로 실제 주식을 매수·매도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피해자 인식 측면에서, 평균적 투자자라면 정상적인 증권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으로 믿을 여지가 크다고 본 것입니다.
3. 거래 진행 외관과 실제
- 피고인 등은
- 추천 종목이 시세에 따라 피해자 계좌에 입고된 것처럼 가장.
- 매도 시기를 지정하여 사이트상 매도하도록 하면서,
- 실제 시세에 따라 매도·매수 주문이 불특정 다수 상대방과 거래되어 손익이 발생하는 것 같은 외관을 구현.
- 그러나 실제로는
- 피해자 주문이 증권사·거래소에 전달되지 않아, 증권 등의 매매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 피고인 등은 수수료 선지급 등을 이유로 출금을 거절하며 피해자 투자금 상당액을 취득.
따라서 “외관상 시장 기능과 거래가 존재하나, 실질은 사기 구조”라는 전형적인 투자 사기 형태입니다.
4. 원심판결의 법리오해와 파기 이유
원심은 “실제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시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파기했습니다.
- 자본시장법 제444조 제27호가 규정하는 무허가 금융투자상품시장 개설·운영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는 점.
- 즉, ‘실제 매매 여부’를 필수요건으로 본 것은 입법 목적·체계·구법과의 연속성을 고려한 해석에 반한다고 봄.
- 이 사건 투자 사이트가 “평균적 시장 참여자가 실제 매매가 있다고 인식할 만한 외관을 갖춘 시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점.
이에 따라 대법원은
- 원심판결 중
- 유죄 부분(이유 무죄 부분 포함)과
- 무죄 부분 중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 해당 부분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실체적 경합범 관계(형법 제37조 전단)상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이 파기되면 그와 경합된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고 본 점도 중요합니다.
실무적 의미와 활용 포인트
1. 사설·허위 거래 시스템에 대한 형사책임 범위 확대
- 실제 증권·파생상품 거래가 없더라도,
- HTS·MTS와 유사한 매매·계좌·시세 기능과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 투자자가 “실제 거래 시장”으로 인식한다면,
- 무허가 금융투자상품시장 개설·운영죄가 문제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향후 ‘모의투자’ 명목의 사이트, CFD·선물 등 해외·가상 상품을 표방하는 사설 플랫폼, 가상자산과 결합된 투자 사이트 등에 대해 자본시장법 적용 여부를 검토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2. 자본시장법상 허가제의 보호범위 재확인
- 입법 목적을 “투자자 보호·시장 신뢰성”으로 재차 강조하고,
- 허가 없이 시장 외관만 만들어도 그 자체가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로서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 거래소 허가제의 보호범위가 “실제 거래의 유무”를 넘어 “투자자가 신뢰할 만한 시장 외관”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실무에서는,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판단 시
- “실제 매매가 있었는가?”보다
- “투자자가 실제 매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외관·기능·설명·홍보가 있었는가?”를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3. 구 자본시장법 판례와의 연속적 해석
- 2013도10467 판결(사설 선물거래 사이트 사건)의 법리를,
- 거래소 법정주의에서 허가주의로 바뀐 현행 체계에서도 그대로 원용해 해석한 점이 눈에 띕니다.
- 향후 자본시장법 해석에서 구법 판례를 그대로 배척하지 말고,
- 규범 목적·기능이 동일한 부분은 현행법에서도 연속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 사건 검토 시에는
- 구 자본시장법상 “거래소 유사시설” 판례들을 참고해,
- 현행 “금융투자상품시장” 개념의 범위를 파악하는 접근이 유용할 것입니다.
4. 리딩방·투자사기 사건과의 결합
이 판례는 단순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이 아니라, 리딩방 투자사기·범죄단체 조직 활동과 결합된 구조에서 나타난 법리입니다.
- 리딩방·유사투자자문 구조에서 사기죄와 자본시장법 위반이 병존하는 경우,
- 자본시장법 위반을 실질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형량·경합범 판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본 판례는 원심이 사기·범죄단체 활동 중 일부를 무죄로 본 것에 대해,
- 대법원은 그 부분은 법리오해가 없다고 보고 유지하면서,
-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만을 문제 삼아 파기·환송한 점도 구조적으로 참고할 만합니다.
정리: 실무에 어떻게 적용할지
법무사님 실무에서 이 판례를 활용하신다면, 다음과 같이 포인트를 정리하시면 좋겠습니다.
- 자본시장법 제8조의2, 제373, 제444조 제27호 해석:
- “실제 매매시장” + “평균적 투자자가 실제 매매가 있다고 인식할 만한 외관을 갖춘 시장”까지 포함.
- 판단 요소 체크리스트:
- HTS·MTS 유사 기능(매도·매수, 입출금, 거래내역, 계좌 잔고).
- 실시간 또는 유사 시세 제공 여부.
- 거래 결과에 따른 수량·가액 표시.
- 홍보·설명 내용과 투자자의 실제 인식.
- 구체 사건 분석:
- 리딩방, 사설 사이트, 모의투자 플랫폼 등에서
- 위 요소를 기준으로 금융투자상품시장 해당 여부 및 무허가 개설·운영죄 성립 가능성을 검토.
특히, 리딩방·가상투자 사이트 관련 민·형사 사건에서
- 피해자 측 대리라면 자본시장법 위반을 근거로 형사 고소·손해배상 청구 시 책임 범위를 넓게 주장하는 데 유용하고,
- 피고인 측이라면 사이트 기능·외관이 ‘실제 매매시장 외관’까지는 아니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탄핵하는 방향으로 방어 논리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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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법학과 졸업, 법원행정고시 제14기, 미국 UNC 로스쿨 V/S 과정 수료,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고위정책과정 수료, 서울대학교 세계경제최고전략과정 수료, 수원지방법원사무국장, 현) 강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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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법무사
고려대법학과, 법원행정고시, 미국UNC로스쿨, 수원법원국장 출신으로서, AI가 알려주지 않는 찐 디테일을 제공. 02-568-6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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