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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결의 핵심 요지] 대법원은 2021년 6월 9일 발생한 '광주 학동 참사'와 관련하여 도급인(원청)이 하도급 근로자에 대해서도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형사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
1. 사건 개요
1) 사실관계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 22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되면서 버스정류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다음의 8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건축물관리법위반죄 등으로 기소되었습니다:
-. 피고인 1(감리인): 해체공사 감리자
-. 피고인 2, 8: 수급인(하도급업체) 측 현장대리인 및 공사책임자
-. 피고인 3, 4, 5: 도급인(HDC현대산업개발) 측 현장소장, 안전부장, 공무부장
-. 피고인 6(법인): 도급인 HDC현대산업개발 주식회사
-. 피고인 7: 하수급인(재하도급업체) 측 대표자로서 실제 해체작업 실시자
2) 사고 원인
-. 건물 붕괴의 직접적 원인은 철거업체가 해체계획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해체계획서에는 건물 꼭대기 층부터 차례로 허물도록 되어 있었으나, 실제로는 중간 층부터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임의적인 해체작업을 진행했습니다.
-. 또한 건물과 차도 간 거리는 3~4m에 불과했고, 건물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오후 시간대에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3) 주요 쟁점
-.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도급인(원청)이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 따라 부담하는 안전·보건조치의무의 범위였습니다.
-. 구체적으로는 2019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2020. 1. 16. 시행) 제63조가 도급인의 책임을 확대했는데, 이것이 실제로 어느 범위까지 적용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의무 위반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주의의무를 구성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4) 관련 법령 해석
■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합니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됩니다.
■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9조
사업주는 기계·기구 등에 의한 위험, 해체작업 등 불량한 작업방법에 의한 위험,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의 위험 등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를 해야 하며(제38조),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보건조치를 해야 합니다(제39조).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마용주)는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1) 도급인 의무의 확대 해석
-. 2019년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의 내용이나 범위를 묻지 않고, 도급인에게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 이러한 개정법의 문언과 체계,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경우 '사업주'가 해야 할 안전·보건조치를 정한 제38조, 제39조는 원칙적으로 제63조 본문에 따른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에 관하여도 적용됩니다.
-. 다만 제63조 단서에 따라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도급인의 책임 영역에서 제외됩니다.
2)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주의의무 구성
-. 도급인에게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본문에 따라 부과된 안전·보건조치의무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주의의무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 이는 도급인이 수급인의 작업방식이나 구조적 안전성까지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소홀히 한 경우 형사책임을 부담한다는 의미입니다.
3) 원심 판결 확정
-.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에 따라 피고인들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일부 이유무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4) 확정된 형량
사고 발생 4년 2개월 만에 확정된 형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재하도급업체 대표(피고인 7): 징역 2년 6개월
-. 하도급업체 현장소장(피고인 2): 징역 2년
-. 감리자(피고인 1):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 HDC현대산업개발(법인): 벌금 2,000만원
-. HDC현대산업개발 직원 3명(피고인 3, 4, 5): 집행유예
3. 판결의 의의
1) 도급인 책임 범위의 명확화
-. 이번 판결은 도급인의 책임을 "같은 장소 작업"이나 "추락 위험 장소" 등 제한적으로 인정하던 종전 법리에서 벗어나,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모든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2) 사업주 의무와 도급인 의무의 동일성
-. 대법원은 사업주가 지켜야 할 수많은 안전·보건의무를 규정한 산안법 제38조와 제39조를 도급인에게도 확대 적용했습니다. 이는 도급인이 자신의 직접 고용 근로자뿐만 아니라 하도급 근로자에 대해서도 거의 동일한 수준의 안전보건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 형사책임의 근거 제시
도급인에게 부과된 안전·보건조치의무가 단순한 행정적 규정에 그치지 않고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주의의무를 구성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4)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경종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건설업계 전반에 만연한 "시간과 인건비를 감축하려는 문화"에 대한 경고이며, 안전보다 속도를 우선시하는 현장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4. 실무상 시사점
1) 도급인의 적극적 관리·감독 의무
-. 도급인은 수급인이 제출한 작업계획서를 검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작업 현장에서 해당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합니다.
2) 안전보건 시스템 구축
-. 도급인은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9조에 규정된 광범위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이행할 수 있는 체계적인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3) 위험작업에 대한 특별 관리
-. 특히 해체작업과 같이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의 작업은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한 위험작업이므로 더욱 철저한 안전조치가 필요합니다.
4) 법적 리스크 관리
-. 도급인은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시 행정적 제재뿐만 아니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법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 이번 대법원 판결은 2019년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를 명확히 하고, 도급 사업장에서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건설업계 및 제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